해피해킹 키보드 라이트2

해피해킹 키보드 라이트2 오랜 기간 보유한 사용 후기 적어봅니다. 영문으로는 Happy Hacking Keyboard Lite2입니다. 해피해킹 프로에 비해서 말도 안 되게 저렴한 버전이고 멤브레인 특유의 느낌이 있어서 그렇게 고급지지는 않은 키보드입니다. 제가 구매할 당시에는 4만원~5만원 정도에 판매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해피해킹 스타일의 유닉스나 리눅스 키 배열을 선호하는 개발자라든가 서버 관리자 같은 사람에게는 아주 괜찮은 키보드라고 할 수 있죠. 

 

저는 아주 심플한 디자인과 작은 크기 때문에 구매를 했습니다. 텐키리스보다도 더 심하게 크기를 줄여 놓아서 이런 60% 키보드 좋아하는 분이라면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 올 디자인이죠.

 

구매는 2007년쯤에 한 것으로 생각되고 그렇게 보면 한 14년이나 된 제품입니다. 물론 이걸 주력으로 계속 사용한 것은 아니므로, 이것만 사용했을 때보다는 더 소모율이 낮겠죠.

 

그럼 해피해킹 키보드 라이트2 오랜 기간 보유하면서 느꼈던 장단점 한 번 적어보겠습니다.

 

해피해킹 키보드 라이트2의 매력

 

뭐니 뭐니 해도 이 제품의 매력은 아주 미니미 하게 줄여 놓은 크기라고 하겠습니다. 펑션 열이 아예 없고 텐키 쪽도 잘라먹었으며, 심지어 방향키 부분 키캡 크기도 장난감처럼 줄여 놓았습니다.

 

이 디자인의 키 배열에 익숙해지려면 이걸 주력으로 계속 사용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멤브레인의 키감이 구리다고 생각하는 분이라면 당연히 적응할 수 없겠고, 멤브레인의 푸석푸석한 키감도 괜찮게 생각하는 사람은 꽤 긍정적인 제품이라고 여길 수 있겠습니다.

 

디자인이 옆에서 보면 위쪽으로 갈수록 급격히 높아지는 모습을 하고 있지만, 이건 크기가 작아서 그런 것이고 실제로는 평평한 느낌입니다.

 

상당히 높은 높이조절대가 달려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 그렇죠. 한글 버전은 레오폴드에서 수입하고 유통했는데, 지금의 기계식, 무접점 키보드 쪽에 탑티어로 손꼽히는 레오폴드의 초기 유통 제품이어서 무척 정이 많이 가는 녀석입니다.

 

한때 끝물에는 판매가를 낮춰서 판 적도 있어서 그때 여러 개를 구매해 놓지 않은 게 아쉬울 정도네요. 

 

 

디자인

 

디자인적으로는 아주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됩니다. 작은 크기에서 오는 심플함도 그렇고 한글 버전의 경우 폰트가 정말 아름답습니다. 

 

레이저 프린트가 되어 있는데요, 영문과 이질감이 없는 미려한 폰트가 박혀 있어서 눈을 즐겁게 합니다. 선명도도 좋아서 요즘 나오는 흐릿한 저가 한글 폰트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펑션 열이 없어진 대신에 상단 숫자키의 측면에는 기능키가 인쇄되어 있습니다. 방향키와 기타 몇몇 키에도 측각으로 다른 버튼 기능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키캡은 당연히 기계식처럼 호환해서 쓸 수 있는 게 아이어서, 레이저 인쇄가 닳아버리면 대체할 키캡이 없다는 게 단점이 되겠네요.

 

하단 열 쪽 상판은 살짝 기울어짐을 줘서 손목 부담을 덜어주는 디자인입니다. 통짜 사각 모양으로 디자인할 수도 있었겠지만, 사용자 편의를 위해 이렇게 둥글게 끝을 처리한 점도 디자인적으로는 점수를 높게 주고 싶네요.

 

높이 조절 받침대는 1단만 쓸 수 있고 끝에 고무 지지대가 없어서 잘 밀리게 생겼습니다. 실제로는 받침대를 쓰지 않아도 아래에 있는 고무 받침대가 좋은 편이 아니어서 나무 책상 위에서는 잘 미끄러집니다. 미끄러짐을 방지하려면 따로 받침대를 하나 붙여야 하겠네요.

 

컬러는 흰색과 블랙 두 가지가 출시되었습니다. 흰색 USB버전은 모델명이 PD-KB200W/U, 블랙 버전은 PD-KB200B/U입니다. 흰색이 좀 더 예쁘게 보이는데 저는 구매 당시 검정색 밖에 없어서 블랙을 구매했었네요. 

 

키감

키감은 전형적인 멤브레인의 키감이고, 여기에 반발력이 더해져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울트라나브보다 1.5배쯤 더한 반발력이라고 생각되네요.

 

쫀득한 키감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오히려 기계식보다 만족할 수도 있을 듯합니다. 다행히 가격값만큼만 하는 키감이어서 사용자들의 의견을 들어 보면 오랜 시간 보유하고 쓰고 있다는 분들이 적은 편이네요.

 

저 역시 처음에 사용할 때는 도저히 사용할 수준의 키압이 아니어서, 따로 멤브레인 시트를 펀칭해서 개조작업을 했습니다.

 

이때 많이 하던 개조가 샤프 끝 부분으로 멤브 돌기 주위를 구멍 뚫어서 키압을 낮추는 것이었죠. 키보드 커뮤니티에 많이 따라 하던 글이 있어서 저도 그렇게 했습니다.

 

결과는 키압이 약간 낮아졌고, 지금까지 잘 쓰고 있네요. 단, 균일하게 구멍을 뚫었다고 해도 키감이 동일하다는 보장이 없어서 권장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작은 구멍을 뚫었기 때문에, 엄청나게 키압이 낮아지는 드라마틱한 변화보다는, 그럴 것이다라는 마음의 위안이 더해졌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해 보니 약간씩 키에 따라서 키감이 다른 것도 있는 걸 보면 예민한 분은 절대 하면 안 될 개조라는 생각이 드네요.

 

지금 이 글을 쓰면서 꺼내어 타건해 보고 있는데요, 상당히 마음에 드는 키감입니다. 요즘 나오는 멤브레인 시트와는 느낌이 다르고, 아래로 푹푹 꺼지는 느낌보다는 반발력 때문에 끝까지 안 박히고 중간에 튕겨주는 그런 맛이 느껴지네요.

 

아주 저가의 쓰레기 같은 멤브시트와는 좀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찰랑거리는 키캡 소음과 함께 적당히 고급진 멤브 시트의 맛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방향키 부분은 시트의 느낌이 아주 다른데, 다른 키들이 흑축의 키압이라면, 방향키 누르는 느낌은 35g 무접점처럼 정말 부드럽습니다. 왜 이런 다른 느낌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방향키의 누름 같은 키압과 키감이었다면 정말 인생 키보드가 되었을 것 같습니다. 

 

펑션 열만 아니라면 주력으로 쓰고 싶은데 워낙 펑션 키를 많이 써서 아주 주력으로 쓰기는 힘들 듯하네요.  

 

기능

 

원래 PS/2 단자와 USB 단자 두 가지 버전이 함께 출시가 되었는데, 한글판은 USB 버전만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특이하게 위쪽 측면에 2개의 USB 포트를 제공합니다. 전기를 많이 쓰지 않는 무선 마우스라든가 기타 USB 기기들을 따로 연결할 때 본체나 노트북 포트를 소모하지 않아서 좋습니다.

 

컨트롤 키는 왼쪽 캡스락 키 자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게 기존 사용자들에게는 불편할 수 있지만, 한 번 익숙해지면 아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자리입니다.

 

약지와 검지 혹은 소지와 검지로 Ctrl+C Ctrl+V를 할 수 있어서 손가락에 무리가 없죠. 그리고 전체적으로 크기가 작기 때문에 어떤 키로 손가락을 움직이든 짧은 동선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원래 Esc를 많이 쓰는 개발자들이 기존 크기의 키보드에서 Esc키 거리가 너무 먼 불편함이 있어서 이런 작은 크기의 키보드가 개발되었다고 하죠.

 

또 다른 기능으로 DIP 스위치가 있습니다. 이 DIP 스위치를 이용하면 기본 키를 다른 키로 바꿔서 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Delete 키를 Backspace키로 바꾼다거나 그 반대로 만들 수 있습니다. Alt키와 옆에 붙어 있는 윈도키의 위치도 바꿔줄 수 있네요.

 

Ctlr키의 위치가 도저히 적응되지 않는다면 따로 Sharp Keys 같은 키 설정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바꾸면 되겠습니다. 

손에 꼽을 만한 장단점

 

최대한 축약된 키보드의 크기는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하겠습니다. 일반적인 키들이 삭제되었기 때문에 문서 작업을 하거나 타이핑을 장시간 해야 하는 유저에게는 사실상 편의성이 떨어지는 키 배열이죠.

 

반대로 개발자들에게는 동선을 절약해서 최대한 빨리 코딩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점에서는 크기가 장점이라고 하겠습니다.

 

키캡은 까슬까슬한 편이지만, 레이저 프린트가 오래 되면 지워질 것처럼 예스럽습니다. 이때의 키보드들은 레이저 프린트가 된 체리 제품의 경우도 레이저 프린트된 폰트가 지워져서 검은색으로 변하더군요.

 

이 부분은 어떻게 대체할 키캡도 없어서 닳게 되면 지워진 폰트 각인을 봐야해서 단점이라고 하겠습니다. 

 

키감은 앞서도 얘기했듯이 호불호가 갈리는 수준이어서, 반드시 직접 타건해 보고 그 느낌에 따라서 선호하는 사용자가 갈릴 듯싶습니다.

 

저는 호에 가까운 입장이어서 따로 화이트 컬러를 구하고 싶어지네요. 지금 다시 꺼내어 사용해 보니 이렇지만, 더 오래 쓰게 되면 또 모르겠습니다.

 

이상 해피해킹 키보드 라이트2 오랜 기간 보유한 사용 후기였습니다. 보유는 오래 했지만, 사용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아서 객관적인 평가였는지 모르겠군요.

 

그래도 나중에라도 이 키보드를 접하게 되는 분들이 한 번쯤 읽어보면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포스팅해 봤습니다. 

 

번외의 얘기이지만, 직접 멤브 시트를 제거하고 따로 DT35 같은 개별 러버돔을 이용해 개조했다는 분도 계시니, 개인 역량에 따라서는 키압이나 키감을 달리할 수 있는 방법도 있을 듯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저도 러버돔 부분을 바꿔서 키압을 한번 낮춰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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