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C 6100 펜타그래프 미니키보드

BTC 6100 펜타그래프 미니 키보드 사용기 한번 써 봅니다. 정말 오래된 모델입니다. 이게 처음 출시된 게 다나와에서는 2004년으로 되어 있네요. 17년쯤 된 모델입니다.

 

작은 미니 키보드가 필요해서 처음 구매했었고, 그때 당시로도 한 1만원 쯤에 구매했던 것 같네요. 가격을 떠나서 이 제품은 펜타그래프의 정수로 불릴 만큼 펜타 쪽에 입문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키감으로 칭찬받았습니다.

 

저도 그래서 구매를 했었구요. 지금처럼 커뮤니티가 여기저기 다양하고 활발한 때가 아니어서 마니아들만 있는 곳에서 입소문이 한번 나면 '일단 사서 써 보자!' 이런 분위기였기에 저도 동참했던 것 같습니다.

 

이때는 기계식보다는 멤브레인과 펜타그래프 쪽 제품들이 많이 출시되고 있었고, 기계식은 비싼 편이었죠. 지금처럼 2만원, 3만원대 기계식 제품은 꿈도 못 꿀 시기였습니다.

 

디자인

 

지금 보면 상당히 촌스러운 디자인입니다. 동그란 멀티미디어 키들이 상단에 위치해 있어서 더 그런 것 같네요. 본체 끝 부분도 라운드가 심하게 되어 있어서 동그란 느낌이죠. 대신에 그레이 본체와 블랙 자판의 색 비율은 좋은 편입니다.

 

눈에 확 띄는 화이트 폰트도 꽤 괜찮은 편이었죠. 한글, 영문 모두 살짝 기울어진 폰트로 되어 있고, 한글 폰트가 지금 나오는 제품들보다도 세련되어 보입니다.

 

실크 인쇄인지 지금 M 폰트는 한쪽이 지워졌지만, 나머지 폰트들은 그나마 건재한 편입니다. Fn 키를 이용한 넘버 패드 숫자키 기능은 따로 보라색으로 인쇄되어 있습니다. 

 

상당히 얇은 편으로 책상 위에 놓으면 얇은 판 하나를 내려놓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높낮이 조절 다리가 1단으로 구성되어 있으면서도 위로 갈수록 두꺼워지는 디자인입니다.

 

높낮이 조절 다리 없이도 위쪽이 올라오는 형태여서 타이핑하기에 좋죠. 저는 사용 중엔 다리가 자꾸 접혀서 아예 빼 버렸습니다.

 

캡스 락 키와 넘버 락 키, 그리고 알 수 없는 키 설정 하나가 녹색 라이트로 오른쪽 상단에 표시됩니다. 캡스 락을 걸면 바로 표시가 되어 알기 편하죠.

 

전체적으로 가볍고 단단한 느낌을 주는 디자인입니다. 연결된 선재가 약간 반짝이는 플라스틱 소재인데, 시간이 많이 지나서 그런지 단선될 우려가 있어 보입니다.

 

자판은 아주 얇은 슬림 키캡이어서 바닥을 치는 느낌은 좀 있죠. 그래도 X자로 되어 있는 걸쇠 덕분에 누를 때의 입력 범위는 넓은 편입니다. 한쪽으로 치우쳐서 눌리거나 압력을 덜 받아서 안 눌리는 부분이 있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기능

 

무엇보다 사각형 자판 구성 안에 대부분의 키들을 밀어 놓았기 때문에 없는 키가 있을 거라는 생각과는 달리, 대부분의 키들을 다 사용할 수 있습니다. 펑션 열도 상단에 잘 살려 놓았고, 넘버 패드 부분도 오른쪽 문자열에 펑션과 함께 쓸 수 있도록 해 놓았습니다.

 

숫자 키를 많이 쓰는 사람은 Fn+Num 키를 누르고 문자열에 표기된 숫자 키를 사용하면 됩니다. 넘버패드 부분은 흰색으로 된 기본 영문 폰트 오른쪽에 따로 파란색 폰트로 인쇄되어 있습니다. 

 

헤드 부분에 전원 키, 인터넷 키, 그리고 음량 조절 버튼들을 따로 두고 있습니다. 최근 제품에도 잘 없는 인터넷 키는 사실상 잘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마우스가 있어서 굳이 이 키들을 사용할 필요는 없죠. 

 

다만 키 레지스트리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추가 키로 사용할 수는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멀티미디어 키는 볼륨 업 다운 버튼과 음소거 버튼이 각각 1개씩 준비되어 있습니다. 눌러서 소리를 줄이거나 키우는 게 가능하죠. 인터넷 기능 키와 멀티미디어 키의 동그란 스위치 디자인 때문에 조금 촌스러워 보이기도 합니다.

 

지금 보면 상당히 레트로 한 디자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출시 당시에는 조금 낯선 디자인이었네요.

 

따로 딥 스위치 같은 게 없기 때문에 한번 고정된 키들은 잘 외워서 써야 합니다. 특히 오른쪽에 있는 Delete키나 한영 전환 키 같은 게 원래 위치에 있지 않아서 적응하는 데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일부러 익숙해지지 않는 키들은 라벨을 출력해서 붙여 놓았습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눈에 띄지 않아서 쓰기가 불편했습니다.

 

오밀조밀하게 붙어 있는 키들은 특별히 오타가 나거나 하지는 않았네요. 오른쪽에 붙은 각종 기능 키들과 방향키에만 익숙해진다면 이렇게 작은 미니 키보드로도 빠른 속타가 가능했습니다.

 

키 배열에 대한 불만은 del 키와 한영 전환 키의 위치가 원래 많이 쓰는 자리였으면 좋았겠다, 이 정도가 있겠네요. 

 

키감

 

키감은 탄력 있는 멤브레인의 느낌 그대로입니다. 이게 왜 명기가 되었냐 하면, 씽크패드의 노트북 키감이 구분감으로 유명했던 것처럼 구분감은 없으면서 무척 탄력 있는 키감을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펜타그래프 특유의 가벼움과 함께 러버돔의 통통 튀어 오르는 탄성이 잘 느껴지는 키보드였죠. 그만큼 키감에 있어서는 쫀득한 맛을 느낄 수 있는 씽크패드의 느낌과도 닮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렇게 쫀득거리는 키감을 선호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BTC 6100 같이 작고 특이한 키보드에서 느껴지는 아우라를 경험해 본다는 측면에서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그 어디에서도 만나 보기 어려운 디자인과 키감이기 때문이죠. 이 제품의 인기는 단종되고 나서도 계속 이어졌습니다. 이 때문에 후속작도 한번 나온 적이 있습니다.

 

바로 OEM 생산된 엠프렉스 6100입니다. 영문으로는 EMPREX 6100입니다. 디자인이 완전히 동일했기 때문에 같은 키보드로 인식하고 구매를 많이 했었는데, 둘은 완전히 다른 키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종 후에 다른 제작사에서 만들었으며, BTC 6100의 키감을 생각하고 만들었다고 했는데 막상 받아보니 전혀 다른 키감으로 실망감을 안겨주기도 했었죠. 그나마도 이제는 판매가 되지 않아서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제는 트렌드가 된 미니 배열

 

지금은 미니 배열로 나오는 키보드들이 많습니다 특히 시장이 기계식으로 넘어가면서 손목과 어깨 통증을 가져오지 않는 텐키리스와 미니 배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죠.

 

사무실에서 숫자 키를 많이 사용하는 업무가 아니라면 이제는 텐키리스가 대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BTC 6100 같은 미니 배열도 같이 한몫을 하고 있죠.

 

미니 배열의 특성상 작은 크기 때문에 무선 작용도 많이 되고 있습니다. 선이 걸리적거리는 것보다 작은 크기에 이동성도 좋으면 그만큼 만족하는 소비자 층도 늘어나게 되겠죠.

 

이처럼 예전에는 특이하다고 생각되던 것들이 지금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키감이 죽지 않고 그대로 살아 있는 것도 신기한데 메인 스트림이 되어서 다시 각광받을 수 있다면 정말 좋겠죠.

 

아쉽게도 다시 보기는 어려운 모델이지만, 그 키감과 미니 키보드로서의 정체성은 입이 마르도록 칭찬해 줄 수 있는 제품입니다.

 

지금은 블루투스 미니 키보드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디자인이 더 좋아졌습니다. 그만큼 키감도 좋아졌는지는 의문이네요. 저도 평판식의 얇은 블루투스 미니 키보드를 많이 만져봤지만, 키감이 좋다고 생각되는 키보드는 많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애플의 아이맥에 딸려 오는 블루투스 키보드도 키감으로는 점수를 주기 어려운 정도니까 말이죠. 

 

이제는 트렌드가 된 미니 배열의 선구자 격인 키보드로서 BTC 6100을 만나볼 수 있다면 한번 꼭 자판을 두드려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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