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센 GP-K7000

큐센 GP-K7000 미니미한 멤브레인 키보드에 대해서 알아봅니다. 놀랍게도 지금도 나오고 있는 키보드입니다. 제가 구매했던 시기는 2007년쯤으로 기억됩니다 홈플러스에서 판매 중이던 것을 작은 박스 크기에 이끌려 구매했었네요. 

 

지금 봐도 정말 작아서 그냥 여성분들 핸드백에도 들어갈 것 같습니다. 이런 제품은 보통 공장의 작은 기기 컨트롤용으로 사용되거나 이동하면서 사용하는 용도로 쓰게 됩니다.

 

유선으로 되어 있어서 지금은 그렇게 선호되는 않을 듯하네요. 무선으로도 작은 키보드들이 많이 나오고 있으니 말이죠.

 

현재 큐센 브랜드로 같은 모델명인 GP-K7000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스펙도 동일합니다. 무게는 제가 산 모델은 313g인데 지금 모델은 3g이 빠진 310g으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86 키 적용은 동일합니다.

 

컴팩트한 디자인

 

상당히 컴팩트합니다. 아주 키캡 크기도 줄이고 키 피치도 줄이고 전체적으로 압축해 놓은 듯한 이미지를 주고 있죠. 과연 이걸로 글을 쓸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작게 만들어 놓은 것 같습니다.

 

물론 이보다도 더 작은 기계식들도 나오고 있으니 이건 그렇게 작은 게 아니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대신에 각종 기능 키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게 펑션 키와 더불어 많은 키들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검은색 단일 모델로 출시가 되었는 줄 알았는데, 화이트 버전도 있습니다. 제가 구매할 때는 검은색밖에 못 봤네요. 흰색이 있는 줄 알았으면 흰색으로 샀을 텐데 말이죠.

 

작은만큼 두께도 얇은 편입니다. 펜타그래프 방식은 아니고 일반 멤브레인입니다. 글을 쓰는 김에 한번 뜯어보자는 생각에 뒤판을 분해해서 열어봤습니다.

 

작은 크기임에도 풀어야 하는 나사는 무려 14개였습니다. 뒷판에 보이는 모든 나사가 큰 것 10개, 작은 것 3개, 그리고 이걸 풀면 나오는 기판 아래쪽에 또 하나의 나사가 있습니다. 이걸 다 풀어야 상하판 분리가 됩니다.  

 

인상적인 작은 러버돔

 

기판은 지피전자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것으로 보이며 기판에 S-GP라고 인쇄되어 있습니다. 칩에도 GP-K7000이라고 모델명이 박혀 있네요.

 

러버돔은 하나의 완전 무광 검은색 시트에 개별 러버돔이 붙어 있는 융착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정말 작은 러버돔이네요. 이걸 또 키압이 세다고 제가 구멍을 숭숭 뚫어놓았군요.

 

지금 생각하니 작은 게 키압은 뭐하러 이렇게 높은거냐고 툴툴거리면서 구멍을 뚫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아쉽게도 키감이 변형되었습니다. 

 

러버돔 시트 외에 3장의 멤브레인 시트가 겹쳐져 있으며, 이들이 결합해 키 입력이 이뤄지는 방식입니다. 시트에는 특징적인 부분이 없습니다.  

 

상판은 키캡과 결합되어 있습니다. 상판을 떼면 키캡이 모두 여기에 붙어 있죠. 키캡을 하나 뽑아보니 사각기둥이 있고 그 가운데 십자 모양으로 누르는 부분이 있습니다. 마치 체리식 키캡을 연상케 하네요. 

 

기둥은 키캡 중앙 위쪽으로 붙어 있어서 아래쪽을 누를 때 정확히 눌리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제 생각이고 아래 부분을 눌러도 키 입력이 잘 되기는 합니다. 왜 가운데가 아닌 위쪽으로 치우쳐서 기둥을 세웠는지 의문이군요. 요즘 나오는 키보드 중에서도 이렇게 키캡 기둥이 위쪽으로 치우쳐 달린 게 있습니다. 

 

중간 정도의 키감

 

키감은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제가 손을 대서 변형이 이뤄졌습니다. 약한 키압을 느끼고 싶어서 러버돔 개조를 시도했었네요.

 

그래서 지금은 적당한 키압이라고 생각됩니다. 대신에 키감은 이도 저도 아닌 것처럼 어색한 키감이 되어 있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절대로 멤브레인에 칼질을 하거나 구멍을 뚫어서 키압 변형을 시도하지 마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예전에는 이런 방식의 개조가 유행했지만, 지금은 키감이 변형되기 때문에 추천되지 않는 개조 방법입니다. 

 

보통은 러버돔에 날카로운 옷 핀 등을 이용해 같은 수의 구멍을 뚫거나 가위, 칼 등으로 일정 부분을 찢어서 키압을 낮추는 개조를 합니다.

 

이게 처음에는 키압이 낮아져서 괜찮게 느껴질 수 있지만, 결국은 내구성을 떨어뜨려서 아예 키보드를 못 쓰게 만들 수 있습니다.

 

멤브레인의 핵심이라고 말할 수 있는 러버돔을 찢어놓았으니 말 다했죠. 제가 가진 제품들 중에 이렇게 해서 먼 곳으로 간 제품들이 몇 있습니다. 

 

과거로 다시 돌아간다면 절대로 하지 않을 개조 방법입니다. 지금도 러버돔 개조라고 누군가 해 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저는 반대 의견입니다.

 

아무튼 키감은 그렇게 원래부터도 막 좋은 편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나쁘진 않고 쓸만한 정도였습니다. 키감으로 살 만하다! 이 정도는 아닌 것이죠. 작은 크기 하나가 이 제품의 정체성이라고 봅니다.

 

키캡 소음은 꽤 있는 편입니다. 조용한 밤에 가족들 몰래 타이핑 하기에는 적당하지 않습니다. 멤브레인치고는 아주 요란한 소리가 납니다. 밤에 치려면 포함된 키스킨, 키보드 덮개를 사용하면 됩니다.

 

이 제품의 키보드 덮개는 실리콘 재질입니다. 이게 시간이 지나면 경화가 이뤄져서 하얗게 변합니다. 그래서 지금 박스 안에 있는 덮개는 쓸 수 없는 지경이 되었네요.

 

그리고 키캡 크기가 문자열은 그나마 괜찮은 편인데 오른쪽 끝에 붙어 있는 페이지업다운, 홈 엔드, 방향키 이런 것들이 크기가 작습니다.

 

세로로 키캡을 잘라 놓은 것처럼 작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 키를 자주 사용하는 분이라면 한번 먼저 타이핑해 보고 구매하는 걸 추천드립니다.

 

눈에 띄는 단점은?

 

앞서 처음에 언급했듯이 무게가 313g입니다. 겨우 요즘 스마트폰보다 조금 무거운 정도죠. 이걸 책상 위에 놓으면 이리저리 휙휙 밀려다닙니다.

 

무게감이 전혀 없고 라인까지 연결되어 있다 보니 바닥면 지지가 아쉽네요. 바닥에 고무 받침대가 두 군데 있지만, 없다고 봐도 될 정도입니다.

 

키 배열에 있어서는 그렇게 깔만큼 아쉬운 점은 없습니다. 모두 기본 자리에 배치되어 있어서 적응이 쉬운 편이죠. Del 키는 오른쪽 제일 위쪽 끝에 있고, 한영 전환 키도 Space 바로 옆에 있어서 금방 적응이 됩니다.

 

조금 작아진, 진짜 그렇게 크게 작아진 게 아니어서 처음 쳐 볼 때도 작아진 걸 못 느낄 정도의 키캡 크기에만 적응하면 꽤 잘 쓸 수 있습니다.

 

제가 쓰면서 가장 걸리적거린다고 생각되던 건 오른쪽 Shift 키의 크기입니다. 오른쪽 Shift는 왼쪽에 있는 ㅃ, ㅉ, ㄸ, 이런 자음이 들어가는 글자를 쓸 때 사용하게 되죠. 그런데 크기가 작다 보니 오른쪽 새끼손가락이 다른 키를 누를 때가 있습니다. 이것도 적응되면 그리 큰 문제는 아니지만 말이죠.

 

처음 제품을 받아봤을 때 반품할까 하고 생각했던 이유 중 하나는 이런 약간의 불편함 때문이 아니라 키캡 인쇄가 삐뚤어진 것 때문이었습니다.    

 

위쪽의 Num Lock 키를 보면 사각 테두리 안에 Num Lock라고 인쇄되어 있는데, 이 모양 전체가 키캡에 삐뚤 하게 박혀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그 상태이고요. 요즘 나오는 제품은 이렇지 않겠죠.

 

이것만 빼면 적당히 작은 크기에 공간도 덜 차지하고 가격도 적당하고 꽤 잘 만든 미니키보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폰트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예전 제품들은 키캡 폰트가 아주 정감 있게 생겼습니다. 클래식한 느낌도 있고 안정적인 느낌도 있습니다. 큐센의 GP-K7000 역시 상당히 아름다운 폰트가 인쇄되어 있네요. 

 

키캡 벗겨짐은 지금도 전혀 없고 레이저 각인처럼 보이는 실크 각인입니다. 아직 안 벗겨졌으니 수명이 좀 더 갈 것 같군요. 검은색 키캡에 아주 선명한 화이트 폰트라서 시인성도 좋습니다. 보고 치는 분은 충분히 만족할 만한 폰트입니다.

 

지금 다시 사라고 한다면?

 

지금 다시 사라고 해도 다시 구매할 제품입니다. 저는 구매한 지가 15년이 다 되어 가지만 세대를 넘어서 베스트셀러 제품인 것은 확실합니다.

 

같은 모양의 무선 방식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도 있네요. 대신에 무게를 조금 더 무겁게 해서 냈으면 합니다. 이렇게 가벼운 게 좋을 수도 있지만, 일반적인 키보드 사용 패턴에서는 약간 무거워야 안정감이 더 있게 느껴집니다.

 

어차피 저가형 제품들의 운명이라고 생각되는 적당한 품질 관리는 여기서도 잘 드러납니다. 이게 고장 나면 다시 사고 싶은데 이전에 쓰던 단점이 부각되면 다시 구매하기가 꺼려지죠.

 

장난감 같은 플라스틱 재질의 품질을 좀 더 높이기만 해도 유저층을 더 늘릴 수 있을 듯합니다. 여기에 안정적인 타이핑이 가능하도록 말랑한 고무 지지대 추가, 무게감 추가 정도만 해도 훨씬 완성도가 좋아지겠네요.

 

지금도 괜찮기는 하지만, 큐센 GP-K7000이 지속 가능한 베스트셀링 키보드가 될 수 있게 더 발전된 모습으로 리모델링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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