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에서 출시했던 특이한 키배열의 SDM-8100P 키보드 한번 올려봅니다. 이 제품은 2005~2006년 무렵에 나왔었고 삼성전기에서 만들었습니다.
이후에 2008년경 삼성전기의 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지피전자에서 이어받아 같은 이름으로 만들었었죠. 제가 가진 제품은 박스에는 삼성전기가, 제품 뒷면에는 지피전자가 찍혀 있습니다.
상당히 미니멀한 키배열 덕분에 익숙해지려면 조금 시간이 걸리는 키보드였죠. 흰색 계열이라 현재 상태는 태닝이 조금 있지만, 키감은 아직 여전합니다.
이게 처음부터 뻑뻑했다는 다나와 사용기가 있던데 제가 소장하고 있는 제품은 처음부터 부드러웠습니다. 아주 물컹물컹 느낌은 아니고 적절한 반발력의 부드러움이죠.
디자인
디자인은 체리사의 G80-1800 시리즈를 닮아 있습니다. 왼쪽에 문자열이 있고 방향키는 문자열과 숫자키 사이 좀 아래에 위치하고 있죠. 이것 때문에 방향키 누르기가 어색합니다. 공간 때문에 이렇게 했겠지만, 아무튼 사용자 입장에서는 좀 부족함이 있네요.
그리고 숫자열 왼쪽에 있는 인서트, 딜리트, 페이지업 다운 키들도 세로 일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런 기능 키들을 한 줄로 만들어서 그런지 좌우 폭이 상당히 좁아져 있죠.
상단에는 멀티미디어 키와 함께 전원 버튼이 있습니다. 컴퓨터 전원을 끌 수 있게 되어 있는데요, 이게 윈도우10에서는 제대로 동작하지 않더군요.
단자는 PS/2로 되어 있어서 지금 일반 노트북이나 컴퓨터 본체에서 사용하려면 전환 커넥터를 써야 합니다. 이건 시중에 판매하는 제품이 있으니 그걸 사용하면 쉽게 해결됩니다.
키캡의 컬러가 화이트와 연한 회색으로 되어 있고, 본체 상단 부분은 짙은 그레이 컬러라서 전체적인 색감이 무척 괜찮습니다.
지금은 본체 컬러가 태닝 되어 약간 누렇게 되었지만, 원래 컬러는 펄이 들어간 화이트입니다. 새 제품일 때는 이 부분이 꽤 고급스럽더군요. 현재의 태닝이 좀 안타깝습니다.
무게는 일반 저가 멤브레인보다는 약간 무거운 편입니다. 제조사 스펙에는 662g으로 되어 있네요.
하단에는 배수 홀이 적용되어 있으며, 높이 조절 다리는 1단만 올릴 수 있습니다. 조절대 끝에 고무 지지대 같은 건 없네요. 고무 받침대도 하단에만 2개가 있어서 일반 책상에서 쓸 때는 밀림 현상이 있습니다.
위로 올라갈수록 조금씩 높아지는 디자인이어서 스텝 스컬쳐가 적용되지 않았음에도 약간 기울어진 느낌이네요.
키캡의 폰트는 약간 흐린 편입니다. 선명하지 않아서 보고 칠 때는 부족함이 있네요. 전체 디자인은 지금 봐도 정말 마음에 듭니다. 이런 디자인으로 다시 출시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8200P와 문자열 키캡 부분은 동일하고 상단 기능 키 부분이 조금 다르게 생겼습니다. 디자인은 8100P가 좀 더 낫네요.
기능 및 키감
멀티미디어 키보드라서 상단에 다양한 기능 키가 존재합니다. 음 소거 등 사운드 조절 버튼이 3개, 그리고 CD롬이 있는 컴퓨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이젝트 버튼, 이메일 버튼, 유저가 활용할 수 있는 버튼 2개 등이 있습니다.
본체를 끌 수 있는 잠자기 버튼도 있는데 윈도우10에서는 적용되지 않네요.
상단 펑션 열의 키들은 일반 키캡보다 절반 정도의 크기로 작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덕분에 상단 폭을 줄일 수 있었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고 꽤 넓은 상단부를 만들어 놓았네요.
오른쪽 숫자키를 비롯한 기능키들은 아주 촘촘하게 몰려 있는 편입니다. 이 덕분에 이들 키를 사용할 때 손이 자꾸 엉뚱한 곳으로 가려고 하네요. 이 부분은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하겠습니다. 몰려 있어서 오타 확률이 있는데, 이 때문에 좌우 폭을 줄였으니 디자인적으로는 장점이겠네요.
Num Lock, Caps Lock, Scroll Lock 등은 오른쪽 위에 녹색 라이트로 불이 들어옵니다. 요즘 작게 키보드를 만들면서 이런 인디케이터를 빼는 경우도 많은데 사용자 입장에서 보면 불편한 일이죠. 기본적인 거라 생각해서 이런 건 빼지 말았으면 합니다.
키감은 꽤 준수합니다. 이렇게 부드러운 멤브레인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부드러운 키감을 제공하고 있죠. 반발력이 높은 키보드를 선호하는 분들이라면 너무 부드럽게 눌린다고 생각할 정도일 겁니다.
요즘은 이런 키감을 가진 멤브레인 키보드를 만나기 어렵습니다. 아마도 반발력이 있는 걸 선호하다 보니 좀 더 키압 높은 멤브 시트가 많은 것 같네요. 저는 이게 딱 적당해서 이것과 유사한 멤브 키보드가 있다면 바로 구하고 싶네요.
사실 그냥 타이핑 하다 보면 이게 멤브레인인지 무접점인지 헷갈릴 정도로 좋은 키감이라고 하겠습니다. 정말 이렇게 좋은 키감을 가진 멤브레인 키보드가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네요. 연속으로 치는 구름 타법에 아주 적당해 보입니다.
요즘은 밀착되는 실리콘 키스킨을 제공하지만, 이때는 우레탄 키스킨을 제공했습니다. 지금 보관을 고이 했지만 경화 때문에 하얗게 되어 쓸 수 없는 지경이 되었네요. 물론 키스킨 없이도 좋은 키감이어서 그냥 이대로도 좋습니다.
현역으로도 부족함이 없는 장기 보유 우량주
이렇게 오래 된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사용해도 어색함이 없는 키보드입니다. 이 디자인 그대로 다시 출시되어도 많은 인기를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이 드네요.
아직 지피전자에서는 멤브레인 제품을 많이 만들고 있어서 또 예전처럼 멤브 키보드의 인기가 올라가면 이런 제품의 복각 버전을 내는 것도 괜찮아 보입니다.
요즘은 대부분 사무실을 제외하고는 풀사이즈보다 텐키리스를 선호하기 때문에 조금은 이렇게 특이한 키 배열 제품들도 나오고 있죠.
최근 나온 멤브레인 키보드들은 멤브 시트의 재질이나 품질이 예전보다 못한 게 사실입니다. 어차피 가장 생산 단가를 적게 해서 만드는 게 멤브레인일 것이고, 그러다 보니 이런 부분의 품질 관리도 비싼 제품보다는 못할 게 뻔하죠.
그렇다고 하더라도, 취향적인 부분에 있어서 저처럼 멤브레인을 선호하는 유저층이 어느 정도 있다면 신제품에 대한 색다른 생각도 먹힐 거라 봅니다.
디자인, 색감, 키감 등 어느 하나 요즘 제품에 비해 떨어질 게 없어 보이는 SDM-8100P는 가장 좋은 본보기라고 할 수 있죠.
다행히 최근 제품들도 블랙, 화이트 이렇게 단일 컬러로만 나오다가 조금씩 색 배합형 모델들이 많이 보입니다.
다양성이라는 게 상당히 디테일한 구분으로 소비층에서 나타나기 쉬운 공산품 중 하나가 바로 키보드일 겁니다. 이건 개인적인 취향 차이가 뚜렷해서 누가 뭐래도 나는 이 제품이 좋다고 생각하는 특별한 선호층이 반드시 존재하거든요.
그런 면에서 현역으로 새로 나오면 어떨까 싶은 게 바로 지금 소개하는 SDM-8100P입니다. 단종되어서 아쉬운 제품들이 많은데 그 중에서 이 제품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구하기가 쉬웠던 듯한데 이제는 거의 보기도 어렵군요. 잘 버리는 습성이었는데 클래식 키보드들 때문에 수집병이 생겨서 큰일입니다.
이런 좋은 제품들을 더 많은 제작사에서 만들어 주기를 바라봅니다. 주변에 아직 손가락으로 느낄 수 있는 최상의 즐거움을 모르는 분들이 않은데, 그런 분들에게도 추천해 주고 싶은 키보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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