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큐센 DT45 멤브레인 키보드에 대해서 포스팅해 봅니다. 정식 상품명은 QSENN SEM-DT45입니다. 큐센 DT45는 DT35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키보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델명으로는 DT35를 계승하거나 최소한 비슷한 느낌의 제품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제품명에 있는 DT45가 주는 이미지는 DT35의 좋은 느낌을 그대로 이어받고 싶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죠.
하지만, 실제로 사용해 본 입장에서는 두 제품의 성향이 전혀 다르다고 보이네요. 이 제품을 선택하는 분들은 대부분 저가 키보드, 사무용 키보드에 초점을 맞추고 구매를 할 겁니다.
DT35가 가성비 키보드 시장에서 나름 한 획을 그은 제품이어서 그 모델명을 이어받은 제품 역시 나름의 완성도를 생각할 수 있죠.
DT45, DT35 숫자만 다른 키보드
지금 현재 출시되고 있는 DT35는 상당히 원가 절감이 많이 된 버전입니다. 예전에 인기를 끌었던 스타크래프트 광풍의 주역이었을 때와는 달리, 아무래도 시장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겠죠.
중국에서 생산되는 다른 저가 제품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습니다. 대신에 그나마 키감에 포인트를 줘서 키캡 윤활도 하고 융착식 러버돔도 채용하고 해서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죠.
그에 비해 DT45는 조금은 다른 관점으로 만든 제품으로 보입니다. 박스를 받는 순간 뭔가 다부진 느낌이 듭니다. 화이트가 따로 출시되었던 DT35와는 달리 올블랙 컬러만 출시되었습니다.
외형상 풀사이즈 키보드라는 것 말고는 DT35와 차별화 되는 점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 부분을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이게 진짜 가성비
DT35는 가격이 배송비를 제외하고 글을 쓰는 현재 네이버 최저가가 11,200원입니다. 아마도 여기에는 아직도 그 이름값이 포함되어 있지 않나 조심스럽게 예상해 봅니다.
반면 DT45는 무려 7,900원입니다. 대략 3천원 정도 차이가 있습니다. 정말 이 가격이 맞나 싶을 정도로 저렴한 가격이죠.
그리고 여기에 실리콘 키스킨이 기본 동봉됩니다. 키스킨 가격만 해도 적게 잡아서 1,900원 정도 합니다. 이게 포함된 가격이라면 여기서 또 키스킨 가격을 뺀 본체 가격을 비교해 볼 때 DT35와 가격으로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좋은 가성비를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
왜 이런 말을 하냐면 DT45의 제품 완성도가 꽤 뛰어난 편이기 때문이죠. 사실 DT35를 처음 받아봤을 때는 장난감 같은 이미지가 있었습니다.
키캡의 덜렁거리는 유격이라든가 키캡 자체의 품질이 조악한 점 등은 실망감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그걸 키감으로 그나마 만회를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DT45는 열자마자 '와~! 이게 이 가격이라고?'라는 감탄이 저절로 나오더군요. 패키지, 키스킨, 제품의 외형만으로 봤을 때의 완성도 등이 가격과는 맞지 않았습니다.
그냥 못 줘도 적어도 15,000원은 줘야 할 퀄리티였네요. 이걸 7천원대에 판매하고 있으니 이건 그야말로 제조사가 그냥 퍼 주는 상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마케팅 포인트가 없는 게 마케팅 포인트
이 제품의 박스를 보면 그냥 키.보.드. 이런 느낌입니다. 왼쪽에 보면 총 이미지가 살짝 보이는데, 게이밍용으로도 괜찮다는 걸 얘기하고 싶었나 봅니다. 104 키인데 106 키라고 아이콘에 적혀 있는 오타가 귀엽습니다.
그 밖에는 따로 마케팅 포인트를 찾을 수 없습니다. 어떤 특징적인 부분을 강조해서 더 많이 팔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런 면이 없네요.
마치 시장에 나왔지만 내 특징을 보여주긴 싫다, 이런 느낌입니다. 실사용자로서 충분히 괜찮은 키보드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제품들에 가려져 있어서 살짝 안타깝네요.
박스 뒷면에 보면 '일반 사용자 및 게임 유저에 최적화된 키보드!' 이렇게 홍보 문구가 크게 적혀 있습니다. 게임 유저에게 특별히 중요한 폴링 레이트라든가 윈도우 락 키 기능이 있는지, 동시입력 키 숫자는 얼마인지 등에 대해서 언급된 부분은 없죠.
그래서 이게 실제로 게이밍용으로 나온 건지 아니면 일반 사무용인지 그 타겟층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두루두루 잘 팔고 싶다는 제작사의 숨은 의도가 담겨 있다고 해야 하겠습니다.
적축과 흑축 사이의 키감
전체적인 키 배열은 스텝 스컬처 2 방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키캡 높이뿐만 아니라 키보드 자체의 높이도 상당히 높은 편이므로, 되도록 손목 받침대를 두고 쓰는 게 좋아 보입니다. 최하단 열이 아래쪽으로 기울어진 키캡 모양을 하고 있다는 게 좀 특이하네요. 처음에는 이런 형태에 이질감이 있지만, 쓰다 보면 잘 느껴지지 않습니다.
키캡을 뽑아 보면 윤활이 전혀 되어 있지 않아서 DT35의 기본 윤활된 키감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멤브레인에 윤활이 되어 있는 게 이상한 일이죠.
키캡 흔들림이 생각보다 적은 편이어서 안정적인 타이핑이 가능합니다. 이건 예상 못한 만족감이네요. 꽤나 탄탄한 키감을 가지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키압은 DT35보다 높은 편입니다. 누르면 튀어 오르는 탄력이 강한 편이네요. 흔히들 말하는 쫀쫀한 키보드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조금 강하게 눌러야 하기 때문에 선호하는 키압은 아닙니다. 적축과 흑축 사이 정도 되는 키압으로 생각하면 될 듯하네요.
타건 소음이 좀 있는 편인데 이건 키스킨을 씌우면 훨씬 조용해집니다. 대신에 키압이 좀 더 높아지는 건 감수해야겠지만, DT35처럼 확연히 차이 나는 급격한 키압 증가가 아니라 기본 상태보다 아주 약간 더 키압이 늘어난 정도입니다.
그래서 DT35는 키스킨을 안 씌우는 걸 추천하지만, DT45는 씌우고 타이핑하는 걸 더 추천드립니다. 키감이나 소음 면에서 훨씬 이득이 있습니다.
소비자를 생각하면서 만든 키보드
이 제품을 보면 곳곳에 세밀하게 신경 쓴 부분이 보입니다. 그냥 툭 하고 던져 놓은 상품이라기보다는 소비자를 생각했다는 게 저절로 느껴지죠.
먼저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 무게를 늘렸습니다. 박스에 표기된 무게는 912g인데, 이건 키스킨 등을 다 포함해서 낸 것으로 보이고 실제로 재 보니까 724g쯤 됩니다. 그래도 들어 보면 꽤 묵직한 느낌이 보통의 멤브레인과는 다릅니다.
두 번째로 감동한 건 후면입니다. 후면에 고무 받침대가 네 군데 있고 따로 높이 조절 받침대에도 고무가 마감되어 있습니다. 밀림 방지를 위한 건데 이런 저가형에 이렇게 꼼꼼하게 고무 받침대를 넣은 건 처음 보네요.
세 번째는 폰트 각인 퀄리티입니다. 보통 저가형은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폰트를 많이 쓰는데요, DT45는 아주 정갈한 한글 폰트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상당히 밝은 화이트로 레이저 인쇄를 해서 야간 시인성도 좋아 보이네요. 키스킨을 씌우고도 폰트 확인이 잘 됩니다.
자판을 외우고 있는 사람에게는 폰트 각인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포인트일 수 있겠지만, 보고 치는 사용자들에게는 선명하게 잘 보이는 폰트 각인이 무척 중요합니다.
네 번째는 개별 러버돔을 들 수 있습니다. 그냥 하나의 멤브 시트로 생산하면 단가가 더 싸고 편리하겠지만, 좀 더 나은 유지 보수를 위해서 개별 러버돔을 사용했네요. 개별 방식의 장점은 전체적인 키감이 대체적으로 동일하며 융착식이나 일체형 방식에 비해 유지가 더 쉽다고 할 수 있습니다. 러버돔이 손상을 입었을 때 해당되는 러버돔만 갈아주면 다시 쉽게 고칠 수 있죠.
다시 나오기 어려운 명품 멤브레인 키보드
지금 새로운 버전으로는 QSENN SEM-DT45 NEW Plus라는 제품이 나와 있습니다. LED 인디케이터에 윈도우 락 표시가 하나 더 추가되었고 Enter 키가 역 니은자 모양으로 바뀌었습니다. 제가 쓰는 모델에는 영문 키배열에 잘 쓰이는 일자형이 달려 있죠.
그리고 안타깝게도 윈도우 락 키가 들어가면서 Space 키의 길이가 짧아졌습니다. 저는 긴 Space 키를 선호하는데 이미지를 보는 순간 한숨이 나오더군요. 따로 게이밍을 위해서 윈도우 락 키를 쓴 건 알겠는데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적용할 수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예를 들어 아이락스의 K20처럼 좌우 윈도우 키를 2초 정도 누르면 락이 걸리는 방식이 있겠습니다.
제가 후속 모델을 구매하지 않아서 동일한 키감이나 완성도를 가지는 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레이아웃에 동일한 가성비를 가진 제품을 앞으로 만나볼 수 있을까 싶습니다.
당연히 제조원가가 높아지면 비슷한 금형과 제작 방식으로 저가형 키보드를 찍어낼 것이고, 그러다 보면 소비자는 싸면서 좋은, 그리고 개성 있는 제품을 만나기 어렵습니다.
제가 사용 중인 큐센 DT45가 아마도 거의 마지노선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그런 면에서는 앞으로도 이런 제품을 보기는 쉽지 않을 듯합니다.
제조사가 대 놓고 싸면서 좋은 제품이라고 광고를 해도 소비자들이 많이 구매를 않는다면 더 이상 만들 수가 없겠죠.
상당히 잘 만든 멤브레인 키보드임에도 불구하고 먼저 나온 형 DT35 때문에 주목받지 못한 동생이라 참 아쉽습니다. 혹시 사무용 키보드나 집에서 사용할 저가형 키보드를 보는 분이라면 한번 선택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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