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센 DT35는 가성비 멤브레인 키보드의 기준이라고 할만한 제품이죠. 예전 스타크래프트가 흥할 때 임요환 선수가 사용하는 키보드라고 해서 화제가 되어 일반 사용자들에게도 널리 퍼졌던 적이 있습니다.
정식 명칭은 큐센 SEM-DT35입니다. 원래 삼성전기에서 제작해 삼성전자 이름으로 나오던 게 이후 분사되면서 큐센 브랜드로 바뀌게 되었죠. 중간에 다른 제조사 등이 엮여서 이름만 지금은 남게 되었는데 중간 사정은 생략합니다.
아무튼 현재까지도 그 이름이 이어져 오고 있다는 건 그만큼 제품에 자신이 있다는 거겠죠. 맛집 프랜차이즈라고나 할까요?
최근 출시 제품은 NEW가 붙어서 QSENN SEM-DT35 NEW라는 이름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품질 퀄리티 면에서는 초기 제품과 비교해 많이 떨어지는 편이지만, 그래도 저가형 시장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죠.
멤브레인의 매뉴얼 같은 키보드
제가 구매했던 제품은 지금 나오고 있는 모델의 바로 전 단계 제품입니다. 제조자는 필로텍시스템, 판매자는 큐센으로 되어 있습니다.
지금 제품은 제조자, 수입원 모두 큐센전자라고 되어 있습니다. 필로텍에서 따로 제조 수입사를 분리해서 큐센 브랜드에 집중한 것으로 보입니다. 보통 삼성전기 시절에 나오던 건 구디티로 불리고, 이후 지피전자로 나온 것들은 신디티로 불리곤 합니다.
블랙과 화이트 컬러로 나오고 있으며 일반 USB 단자와 PS2 단자 모두 출시되고 있습니다. 개별 러버돔 적용으로 좀 더 부드러운 타건 질감을 보여주고 있죠.
실제로 분해해 보면 멤브 시트 위에 러버돔이 접착되어 있습니다. 보통 저가형은 시트 하나에 러버돔이 일체형으로 되어 있는데 그에 비해 좀 더 가공이 들어간 것이죠.
초기 DT35는 손목받침대가 있고 따로 키스킨도 같이 제공되었지만, 지금은 원가 절감형이어서 그런 건 없습니다. 키스킨은 따로 구매해야 합니다.
클래식한 90년대 디자인을 그대로 이어받은 모습인데, 현재 대부분의 키보드가 네모 반듯한 디자인이 주류인 것을 보면 오히려 레트로 디자인으로서의 가치가 있어 보이기도 합니다.
상단은 라운드로 둥글게 되어 있고 하단부는 손목 받침대 때문인지 아주 짧게 끊어져 있습니다. 어차피 이제는 손목 받침대를 제공하지 않으니 디자인적으로 좀 더 하단을 늘리는 것도 괜찮아 보이네요.
왼쪽 위에 큐센 브랜드명이 적혀 있는데, 삼성전기 때의 SAMSUNG이라고 붙어 있던 로고가 더 나아보입니다.
직접 재 보니 무게는 케이블을 포함해서 680g 정도가 나옵니다. 조금 더 무거운 게 안정감 면에서는 낫겠지만, 이것 역시 원가 절감이라는 차원에서는 더 무거워질 것 같지 않네요.
전체적인 마감을 살펴보면 상당히 실망스럽습니다. 키캡은 장난감 같고 곳곳에 후마감을 하지 않은 흔적이 보입니다.
사출 면을 깔끔하게 다듬지 않아서 솔기 같은 게 나와 있는 부분도 있고 화이트의 경우 본체 재질도 고급스럽지 않습니다.
그냥 보면 딱 1만원 가치의 제품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드네요. 그런 점에서는 약간이라도 재질 등에서 고급화를 한다면 더 판매가 이뤄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타건을 하면 바로 선녀
이 제품의 가치는 이런 실망감에도 불구하고 타건을 했을 때 드러납니다. 찰찰 거리는 키캡 소음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꽤 수긍할 만한 키감을 보여주죠. 이건 앞서 얘기한 개별 러버돔의 특징도 있는 듯합니다.
여기에 개별 키마다 윤활이 조금씩 되어 있다는 얘기가 있던데 키캡을 뽑아 보면 정말 아주 약간 윤활 흔적이 보입니다.
키캡 기둥 끝 부분 딱 한 면에 윤활제가 발려 있고 이게 본체와 맞닿는 면을 좀 더 부드럽게 해 주죠. 윤활제를 사용하게 되면 러버돔이 경화되는 현상이 있다고 하는데 어차피 1만원대 키보드에서 그런 건 별 의미가 없을 듯합니다.
키압은 적축보다 조금 무겁거나 비슷한 느낌입니다. 그냥 타건을 할 때는 찰찰 거리는 소음이 두드러지기 때문에 되도록 키스킨을 씌우고 타건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사무실에서 사용할 때는 키스킨을 씌우면 정말 조용해지네요. 이래서 DT35를 찾는구나 하고 바로 느끼게 됩니다.
적당한 키감, 조용한 소음, 그리고 표준 키보드에 맞게 숫자키패드도 붙어 있고 게이밍으로 사용할 때는 윈도우 락 키를 사용해서 바로 윈도우 키를 잠글 수도 있습니다.
범용적인 면에서 모난 곳이 없기 때문에 많은 사용자들이 선호하지 않나 싶네요.
개인적으로는 처음 타건 할 때 이거 무접점이랑 비슷한데?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계속 타건을 해 보니 1만원의 가격은 뛰어넘지는 못한다는 걸 알겠더군요. 정말 초기 느낌은 무접점이랑 비슷했습니다.
무접점을 구매하고 싶은데 주머니가 얇은 분을 위한 저가형 무접점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습니다.
키스킨이 꼭 필요한 키보드
키감 때문에 보통은 키스킨을 안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역시 그런 면에서 키스킨이 있는 제품이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DT35는 하나쯤 있어도 좋겠네요.
이게 키스킨을 씌웠을 때와 안 씌웠을 때의 키감이 아주 많이 차이가 납니다.
안 씌웠을 때는 자갈자갈 하는 자갈밭 달리는 소리가 많이 납니다. 타건 느낌도 꽤나 경쾌하죠. 오래 타건 해도 질리지 않는 타건감입니다.
반면 씌우게 되면 아주 조용한 소음과 키캡 흔들림이 적어서 안정적인 타건이 가능합니다. 키압은 대신 높아지죠.
씌우면 키압이 올라가서 저처럼 가벼운 타건을 좋아하는 분에게는 약간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사무실에서, 혹은 밤에 몰컴을 할 때라면 키스킨이 도움이 많이 됩니다. 원래 제품과 함께 키스킨을 판매하는 판매자가 많았는데 요즘은 따로따로 판매를 해서 배송비가 두 배로 붙네요.
구매하실 때 키스킨을 옵션으로 살 수 있는 판매자가 있다면 그걸 선택해서 구매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키스킨도 예전 우레탄과는 다른 실리콘 재질이어서 밀착감이 정말 좋습니다. 키캡에 맞게 재단되어 딱 맞는 슈트를 입는 것 같네요.
기능적인 부분들
인디케이터는 오른쪽 키패드 상단에 붙어 있습니다. 넘버 락, 캡스 락, 스크롤 락, 그리고 윈도우 락 등을 표시할 수 있습니다.
기본은 파란색 LED이고 스크롤 락 부분은 특이하게 윈도우 락이랑 같이 사용합니다. 스크롤 락만 켜면 파란색, 여기에 윈도우 락이 같이 걸리면 분홍색이 됩니다. 다시 스크롤 락은 끄고 윈도우 락만 켜면 빨간색이 되네요. 뭔가 신박합니다. 하나의 LED로 여러 상황 표현이 되니까요.
하단 열은 오른쪽에 윈도우 락 키가 있어서 space 키를 중심으로 왼쪽에는 4개의 키, 오른쪽에는 5개의 키가 있습니다. 이렇게 넣었는데도 Space 키 길이가 크게 안 줄어든 게 이상할 정도입니다.
게임할 때는 윈도우 락 키를 켜서 윈도우 키가 안 눌러지게 하면 되므로, 게이머들에게는 꽤 괜찮은 옵션이네요.
이것 외에 동시입력은 최다 16 키까지 가능하다고 합니다. 저는 동시입력이 필요한 게임을 하지 않다 보니 몇 개의 키가 눌리는지 테스트해 보지는 않았네요.
높이 조절 받침대는 2단만 가능한데 아주 딱딱하게 올렸다 내렸다 할 수 있습니다. 딱! 소리가 나네요. 높이조절 받침대 끝에 고무가 붙어 있지는 않아서 책상 위에 놓았을 때 잘 밀리는 편입니다. 키보드 자체가 가볍기 때문이기도 하죠.
기본 고무 받침대가 아주 인색해서, 후면 하단에 딱 2개만 있습니다. 이 부분은 아쉽네요.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DT35의 후광
1998년 삼성전기 시절부터 시작된 DT35의 역사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아직도 가성비 멤브레인 하면 떠오르는 게 바로 이 DT-35이다 보니 회사가 망해도 또 이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지금도 제조사가 바뀌면서 구디티, 신디티, 큐센디티 등으로 그 역사가 이어져 오고 있죠. 저도 이 제품을 사용하면서 정말 멤브레인 키보드에 대한 애정이 다시 샘솟게 되더군요.
몇 가지 아쉬운 점이 눈에 보이기는 해도 그만큼 실사용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는 생각입니다.
큐센 브랜드가 지피전자로 이어지다가 회사가 문을 닫으면서 없어지는 게 아닌가 했는데 다시 또 열심히 탄력 있게 새 제품들을 출시해 주고 있어서 다행입니다.
앞으로도 품질 좋은 큐센 제품들이 더 많이 나오길 바라겠습니다. 그나저나 일시 품절된 텐키리스 SEM-DT25는 언제쯤 재고가 들어올지 모르겠네요.
재입고되면 구매해서 비교 리뷰를 한번 써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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