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 G80-1865LYNKO-2 적축 키보드

체리 G80-1865LYNKO-2 적축 키보드입니다. 예전에 레오폴드에서 수입해서 판매하던 것으로, 다른 축보다는 적축의 느낌이 궁금해서 구매했던 제품이네요.

 

뒷면에 보면 나와 있는 모델명은 MX 1800 USB-2D라고 되어 있습니다. 상세 제품명이 G80-1865LYNKO-2로, 요즘 나오는 현대차의 G80을 연상케 합니다.

 

다나와 정보검색에 보면 2012년 4월에 등록되어 지금은 단종되었군요. 솔직히 말해 이 제품을 사용할 당시에는 그렇게 큰 감흥이 없었습니다.

 

다른 키보드를 많이 사용해 본 때도 아니었고 지금처럼 기계식이나 무접점 등 다양한 제품이 나오던 때가 아니어서 다른 제품을 많이 접해 볼 기회가 적었죠.

 

그냥 이런 느낌의 키보드인가 보다 하는 정도로 적당한 만족감을 가지고 썼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금 다른 회사 제품들도 많이 써 보고 나니 이 제품만의 매력이 있다는 걸 알겠더군요.

 

일단 보강판이 없는 체리사의 특징이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보강판을 때리는 단단함 대신에 약간은 소프트한 타건감이 살아 있는 편이죠. 그렇다고 뭐 무른 질감은 아니고 바닥면을 때릴 때 딱딱한 스틸 보강판의 반발력이 덜 느껴진다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무려 Made In Germany입니다. 이 제품이 체코와 독일에서 병행 생산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제가 구매한 것은 독일 제품으로 왔네요.

 

독일 공산품에서 느껴지는 단단함이 그대로 키보드에서도 느껴집니다. 약간 투박한 면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단단함이 첫인상으로 다가오는 제품이죠.

 

한영키와 한자키, 그리고 좌우 윈도키 등이 포함된 104 키로 구성되어 있으며, 동시입력은 7 키까지 가능합니다. 지금처럼 무한동시입력 같은 키보드가 드문 때라서 이 정도로도 게임에 쓰기 좋다는 평이 있었네요.

 

본체 뒤쪽에는 USB 연결 포트가 2개 따로 있습니다. 여기를 통해서 전력을 많이 잡아먹지 않는 마우스나 키보드 등을 추가로 연결해서 쓸 수 있죠. 따로 USB 단자가 많지 않은 컴퓨터에서는 아주 좋은 기능이라고 생각됩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환경문제가 이때도 대두되어 심지어 로고 플라스틱이나 도료 인쇄도 신경 써서 붙일까 말까를 고민했던 때였나 봅니다.

 

본체 오른쪽 위에 붙어 있는 스티커형 CHERRY 로고는 아주 쓴웃음을 짓게 만들죠. 제작사는 공식적으로 환경문제 때문에 이렇게 처리했다고 하는데 과연 얼마나 실효가 있는 정책이었을지 궁금합니다.

 

사용자가 느끼기에는 짝퉁 만들어 놓고 체리 스티커를 붙인 듯한 기분? 그런 느낌이어서 전체적인 디자인 완성도면에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네요. 

 

키감은 아주 안정적인 적축 느낌 그대로입니다. 지금 진화한 MX 축 같은 게 나오는데, 이 제품은 클래식했던 초기 체리축의 매력을 잘 느껴볼 수 있죠. 

 

현재도 많은 키보드 제품을 보유 중이지만, 체리축의 기본 교과서 같은 제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가벼운 키압으로 인해 리드미컬한 타건이 가능하고, 무리 없이 오랜 시간 타이핑하는 데 유리합니다.

 

키 배열은 최상단 기능키 부분은 돌출된 형태로 키높이가 높고, 반면 최하단의 Space키 좌우의 키들은 약간 높이가 낮은 배열로 되어 있습니다. 

 

특히 오른쪽 숫자키패드 부분은 파도를 타는 것처럼 상단 열은 낮았다가 2, 3열은 높게, 그리고 다시 차례대로 낮아지는 높이를 하고 있어서 어떻게 보면 괴이한 느낌도 있습니다. 모두 스텝스컬쳐를 기준으로 좀 더 타이핑하기 좋은 구성을 위해 노력했다는 게 보이네요. 

 

제품의 가격을 더나서 블랙 상판의 고급감은 떨어집니다. 흔히 저렴한 플라스틱 사출에 생기는 flow 마크가 보입니다. 사출 후에 고급스럽게 보이도록 후처리를 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한 듯하네요. 외형은 견고하고 단단하게 만들어 놓고 마감에서 감점받을 요소를 만들었다는 게 살짝 아쉽네요.

 

지금은 체리 스위치의 특허 기간이 끝나 더 많은 브랜드에서 독특한 스위치를 많이 만들고 있습니다. 체리 G80-1865LYNKO-2 적축 키보드는 이런 기계식 키보드 홍수 속에서도 옛날의 체리 감성을 느끼고 싶은 분에게 추천 드릴 만한 제품이라고 하겠습니다.